이 글에서는 우리의 감각을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사례들, 즉 착시현상을 정보처리의 관점으로 알아본 후 그럼에도 우리는 감각 체계를 왜 믿어야 하는지를 알아보겠다.
착각에 관한 사례
1. 뮐러-라이어 착시
가장 근본적이고 유명한 착시는 뮐러-라이어 착시다. 위 그림에는 나란한 두 선이 있고 선의 양 끝에 안쪽과 바깥쪽의 화살표 한 쌍이 붙어있다. 이에 따라 아래에 있는 선이 위에 있는 선보다 더 길어 보인다. 하지만 직접 비교해 보면 알다시피 두 선의 길이는 똑같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착시가 일어날까?
한번 이 착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단, 정보처리의 가장 낮은 수준에서는 두 선의 길이는 같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망막 상에 맺힌 영상은 외부 세상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다. 두 선의 길이가 망막 상에서 완전히 같기 때문에 두 선은 일차시 각피질을 똑같은 방식으로 활성화한다. 즉 달리 말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bottom-up 단계'에서 이 둘은 똑같다. 두 선의 차이점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top-down' 지식에서 생긴다. 즉,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사물이 삼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가정으로 인해 생긴다. 이 가정은 우리는 감각 체계(눈)에서 오는 감각 입력을 무시하고 두 선이 똑같다는 우리들의 개인적인 지식도 무시해 버린다. 위 그림을 돌려서 세로로 보자.
이 그림의 왼쪽 막대를 보고 방의 모서리를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 세로선은 두 벽이 만나서 모서리를 이루는 곳이고, 화살표는 천장과 벽들 또는 바닥이 만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오른쪽 막대를 보고 건물의 바깥 모서리를 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번에도 도벽이 만나서 모서리를 이루고, 화살표는 멀리 후퇴하는 사각형 건물의 맨 위와 맨 아래이다. 즉 왼쪽 세로선은 보는 이로부터 가장 먼 쪽이고 오른쪽 세로선은 보는 이로부터 가장 가까운 쪽일 것이다. 이것은 왼쪽 선이 오른쪽 선보다 멀리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거리와 원근법에 관한 이 뿌리 깊은 가정 때문에 한 선이 다른 선보다 가까워 보인다. 이 가정은 2가지 가정을 더 활성화한다. 1.더 가까이에 있는 물체가 더 크게 보이며 망막에서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2. 똑같은 물체는 멀고 가까운지에 관계없이 일정한 크기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이것을 '크기 항상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두 사람을 보았는데 멀리 있고 한명은 가까이에 있으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망막에서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한 사람이 더 크다고 여기지 않고 두 사람을 똑같은 크기로 본다.
이 가정들을 다 종합해 보면 망막에서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두 선이 있는데 주변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한 선이 다른 선보다 가깝다고 여긴다. 즉, 가까운 물체는 대체로 망막에 더 큰 공간을 차지하지만, 더 먼 선이 망막에서 똑같은 공간을 차지한다고 여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먼 선이 가까운 선보다 실제로 클 때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지만 왼쪽 선이 더 크다고 지각한다.
달 착시
위에서 본 뮐러-라이어 착시는 인위적인 착시다. 일부로 모순적인 상황을 조장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시각계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마냥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알아볼 '달 착시'라는 현상은 자연에 본디 존재하는 착시의 사례다. 달 착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달 착시는 뜨거나 지는 보름달의 크기가 머리 높이 뜬 보름달의 크기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 현상이다. 달이 지평선 가까이에 있을 땐 크게 보이다가 머리 위에서는 작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태양도 마찬가지로 착시가 일어나지만 보는 걸 추천하진 않는다. 또한 반달이나 초승달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보름달일 때 더 뚜렷이 나타난다. 일단 달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달이 지평선에 있든 머리 위에 있든 우리와의 거리 차이는 같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달의 크기는 거리 때문은 아니다. 무언가 다른 원인이 개입하는데, 우리의 시각계가 느끼는 것과 우리의 지식과 개념에 따라 우리가 해석하는 것 사이의 혼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달 착시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다. 이 현상에 관심이 있던 그리스의 수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현상에 대해 지평선에서의 대기의 굴절과 머리 위에서의 대기 굴절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리스의 천문학자인 클레오메네스는 겉보기 크기에 대한 우리들의 착각이라는 설명을 내놓았고, 이후 19세기 독일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또한 이런 가설을 내세웠다. 이 겉보기 가설에 따르면 달 착시는 삼차원 물체에 대한 우리의 암묵적 지식이 감각계에서 입력된 정보와 충돌하면서 생겨난다. 이러한 암묵적 가정 중 하나는 지펴 선의 소실점을 향해서 후퇴하는 물체와 관계가 있다. 우리는 머리 위에 있는 물체보다 지평선에 있는 물체가 더 멀리 있다고 인식한다. 지평선은 소실점이고 하늘에 있는 물체는 지평선의 소실점을 향해 후퇴한다.
마무리
이렇듯 우리의 감각 체계는 때때로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 깊숙이 뿌리박힌 가정들은 우리에게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들은 우리의 내외부에서 들어올지 모르는 모호성과 모순적인 상황을 무마함으로써 우리에게 일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알아본 착시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에 속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보이는 것이 거기가 실제로 있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실제 모습과 뇌가 보아야 하는 모습의 혼합을 본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인식 오류가 생기곤 하지만 자주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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