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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부부는 '닮아가는게' 아니라 '닮아있다'(암묵적 자기애)

by SeeJoy 2025. 2. 1.

이름

 

당신은 친구 제이크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제이크는 제임스라는 연인을 만났다고 말하네요. '좀 신기한데' 당신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의 다른 친구 빅터가 얼마 전 발렌타인과 결혼했고, 데니엘은 데이지에게 미쳐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이름 첫 글자가 겹치는 게 단순 우연일까?' '혹시 이름이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끌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평생을 함께 보낼 배우자를 고르는 중요한 결정에 이름의 첫 글자 따위가 영향을 미칠 리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좋은 존스 박스와 연구팀은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직접 증명 해 보기로 합니다. 존스 박사는 2004년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의 공식 결혼 기록 1만 5,000건을 조사해 봅니다. 그 결과 이름 첫 글자가 같은 사람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확률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치보다 높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존스 박사는 말합니다 '정확히 말해서 글자 자체가 이유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배우자의 이름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떠올린다는 점이 중요하죠'
 

사람들은 타인에게 나타나는 자기 모습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 이런 경향을 무의식적인 자기 중심주의 또는 암묵적 자기애라고 부르죠. 사람들의 두 개의 차를 내놓고 시음해 보라고 합니다. 두 브랜드 중 하나의 이름에는 참가자의 이름 첫 세 글자가 포함되어 있었죠. 예를 들어 스티브가 시음하는 브랜드의 이름은 각각 스타벅스,투썸 이런 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맛보고 입맛을 다시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지만 자신의 이름 첫 세 글자가 들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참가자 이름이 스티브라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선택했죠. 사람들이 이 글자들의 연관성을 노골적으로 인식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그 차가 더 맛있다고 굳게 믿을 뿐이었죠. 물론 두 차 모두 같은 찻주전자에서 따른 것이었지만요. 또한 암묵적 자기애의 힘은 이름만 아니라 생일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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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제국을 멸망시킨 간신이 평가받는 수도사 라스푸틴에 관한 글을 읽혔습니다. 연구진은 학생 중 절반에게는 라스푸틴의 생일이 학생들 각자의 생일과 같게 쓰인 글을 주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학생의 생일과 라스푸틴의 생일을 다르게 해서 주었고요.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니 라스푸틴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 같나요?". 생일이 같았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던 학생들에 비해 라스푸틴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평가했습니다. 무의식적인 자기애의 힘은 지역과 직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심리학자와 브레 펠럼 연구팀의 조사 결과 생일이 2월 2일인 사람들은 위스콘신주 트윈 레이스처럼 이름에 2가 암시된 도시로 이사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고 3월 3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몬태나주 3포커스 같은 곳에 유난히 많이 살고 있었으며 6월 6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6마일 같은 곳에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데니스인 사람 중에는 치과 의사가 유난히 많고 이름이 로라나 로렌스인 사람 중에는 법조인이 많고 이름이 조지 또는 조지 나인 사람 중에는 지질학자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기가 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존존스 연구진은 이번엔 직접 실험해 보기로 하죠. 120명의 여자 대학생들을 모아 자기 고향 형제자매 수,대학 전공,좋아하는 색깔,취미 등을 묻는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합니다. 설문지에는 작성자의 이름 대신 연구진이 미리 부연 참가 코드 예를 들어 14-34 같은 숫자가 쓰여 있었고요. 오픈 후 연구진은 이렇게 말해요. "이제 무작위로 선정된 파트너와 작성하신 설문지를 서로 교환하실 겁니다". 파트너의 응답을 읽으시고 이 파트너와 얼마나 친해지고 싶은지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평가해 보세요. 연구진은 학생들의 설문을 모두 수거한 뒤 무작위로 다시 모두에게 배부하는 척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받은 응답지 모두 가짜 파트너가 작성한 동일한 응답지였고요. 대신 a 그룹이 받은 응답지에는 자기 생일과 같은 참가 코드가 적혀 있었고 B 그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 a 그룹 참가자들은 파트너와 더 친해지고 싶고 잘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번엔 미국 버팔로 대학의 남자 대학생 86명을 모아서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위협 그룹에는 이렇게 지시합니다 '본인이 연애 상대로서 가지는 가장 큰 결점 세 가지를 적으세요' 비 위협 그룹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반적인 남자들이 연애할 때 갖는 가장 큰 결점 세 가지를 적으세요'. 이후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한 여자 대학생이 인터넷에 쓴 연애 광고를 보여줍니다. 광고에는 그녀의 사진,고향,취미,연애 상대에게 원하는 것들이 담겨 있었고요. 위협 그룹과 비 위협 그룹은 다시 각각 유사성 그룹과 차별성 그룹으로 나뉘는데요. 예를 들어 유사성 그룹의 머레이라는 참가자에게는 이 여성의 인터넷 아이디가 마틸다라고 말해 줬지만 차별성 그룹의 가브리엘에게 여성의 아이디가 페이라 말해줍니다. 이 네 그룹 중에서 어느 그룹이 여성을 가장 좋게 평가했을까요? 실험 결과 암묵적 자기의 경향이 가장 높게 나타난 그룹은 위협 유사성 그룹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수록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는 것이죠.
 

 

부부

 

20세기 말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부부의 외모는 살아가면서 서로 닮아간다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5쌍이 넘는 부부 사진으로 연구한 결과 부부는 처음부터 외모 유사성이 크다는 것, 즉 외모가 비슷한 사람끼리 부부가 되는 경향이 높다고 말합니다. 사랑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심약자 아알라 파인즈는 외모만 아니라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한 경향도 높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파인에 따르면 인간은 살아가며 자신의 성격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쓰는데요 성격이 유사한 사람의 곁에 있다면 자기 의심과 불안으로부터 내 성격과 자존감을 지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나와 유사하고 그래서 누구보다 내 마음을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받는 위로가 거친 세상을 나답게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거죠. 최근엔 아예 유전자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있죠. 이렇게 외모 성격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고 결혼하는 현상을 동류혼 현상이라 부르는데요. 비단 외모나 성격만 아니라 단지 이름 생일 같은 글자에도 암묵적 자기애를 느끼는 것처럼 나와 닮은 누군가를 찾는 인간의 욕구는 정말 강력한 거 같습니다.


마무리

 

 모두가 동류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닮아서 끌리기도 하지만 달라서 끌리기도 하죠. 인간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부족할 때 닮은 상대를 통해 자기 확신을 얻고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