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주고받고 사소한 일에 웃음을 나누었고 하루에 몇번이고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영웧히 계속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 작은 틈 하나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천천히 스쳐 갔다. 우리의 시간이 달라지기 위해 시작했다. 달라진 우리의 세상 속에서 때론 원망도 했다. 하지만
스쳐 간다는 건 때론 고의가 아니라 흐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삶이 바빠서, 마음이 어지러워서, 여유를 잃었기 때문에 멀어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바쁘니까 나중에 보자고 조금만 지나면 괞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괞찮음은 너를 기다려 주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 사이에서 서로를 잃어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너의 소리가 내 안에서 서서히 흐릿해지면 가끔 내가 잊은 게 사람일지 감정일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네가 멀어졌기에 슬펐던 걸까, 그때의 내가 더는 돌아올 수 없었기에 아픈 걸까.
네가 좋아하던 음악이 들려오면 아직도 가슴 어딘가가 울컥한다.
익숙한 향기와 익숙한 풍경,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대화 하나가 그토록 그리워진다.
서로에게 아주 특별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각자의 기억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다.
우리는 함께였지만,
결국은 서로의 일부로 끝났다는 것.
그렇지만 모든 인연이 머물러야만 가치 있는 건 아니다. 스쳐 간 인연도 누군가에겐 온기였고 만남도 어떤 시절엔 생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저 한 사람으로 스쳐 갔겠지만,
그 기억 안에서 한때 빛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너도
내게 그랬다.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지만,
그 시절을 채워주었던
참 따뜻한 사람.
제목: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스쳐간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스쳐간다
한때는
너의 말투까지 기억났지만
이젠 목소리조차 가물거린다
서로의 하루를 묻던 우리는
이제 안부조차
조심스러운 사이가 되었다
무슨 말로 멀어진 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거리엔 말보다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이유 같지만
그때는 단지
버티지 못한 마음뿐이었다
우리는
멀어지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말 한마디
쉽게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그 시절 너였기에
참 따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스쳐갔지만
분명, 서로의
어딘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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