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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틈, 고요한 숨결

by SeeJoy 2025. 5. 28.

늘 걷던 인도 사이 작은 틈에서
이름도 모르는 들꽃 하나가 피어 있었습니다.
바쁘게 지나치던 그 길에서

저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자동차의 소음과, 분주한 발걸음,
정해진 목적지로 밀려가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
그 조용한 생명은 이상하리만치 맑고 선명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네모 박스에 묶여 있었고,
저는 그 틈에서 조용히 눈을 뜨고 있는 자연을 마주했습니다.

도시는 모든 것을 빨리 지나가게 만듭니다.
길거리엔 광고가 넘치고,
사람들은 대화보다 속도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그 틈에서 만난 자연은,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을 머물게 했습니다.
꽃 한 송이, 나뭇가지 하나,
길 위의 그림자처럼 드리운 한 줌의 햇살.
그 작은 것들이 오늘 저의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저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을 되찾았습니다.
도심 속 자연은 그렇게 존재한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저 거기 있어 주는 방식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 순간을 기록 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씁니다.

제목:도시의 틈, 고요한 숨결

 

 

도시의 틈, 고요한 숨결

 

빌딩 숲 사이

투박한 인도 틈에서

작은 꽃이 피어있다

 

이름 모를 그 꽃 하나,

누구고 신경 쓰지 않는 자리에

조용히, 당당히

 

차들은 달리고

사람들은 걷는다

눈은 앞만 보고

마음은 늘 한 발 앞서간다

 

그 속에서

나는 멈춰 섰다

 

회색빛 하루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존재

그 작은 꽃이

내 눈을 붙잡았다

 

시끄러운 도심의 소음도

그 앞에선

잠시 멀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보도블럭 위로 떨어진 햇살 한 조각,

새 소리 같은 자전거 벨소리

 

모두가 지나치지만

그것들은 늘 거기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연은 도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앟고 살아간다는 걸

 

단지 우리가

너무 바빠서,

너무 익숙해서

보지못했을 뿐이라는 걸

 

오늘 하루도

숨 가쁘게 지나갔지만

그 짧은 순간 덕분에

내 마음은 환하게 환기되었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언제나 효율이 아닌

가끔씩 마주치는 이런 느낌에 있다

 

꽃은 다시 바람에 흔들리고

나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 짧은 정지의 순간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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