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특별한 하루’란 도대체 어떤 날일까.
아주 큰 기쁨이 찾아오거나,
어느 때보다 뛰어난 성취를 해낸 날일까?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번쩍이는 사건이 있어서 자랑스러운 날?
그런 날이 의미 있는 걸까?
하지만
가만히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니,
별일 없던 오늘 하루가
어쩌면 정말 가장 지켜내기 어려운 날이었다.
그 걸 깨닫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바쁘게 움직이고,
점심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먹고,
해가 지기 전에 집에 와서 맥주 한잔 하고,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것.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이런 하루가
사실은 삶의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 그 자체이지 않을까?
우리는 때때로
극적인 순간만을 기억하려고 한다.
찬란한 것, 눈부신 것, 뜨거운 것만이
가치 있는 듯 여긴다.
하지만 내가 매일같이 바라보는
창밖의 하늘색과
무심코 튼 음악의 가사와
친구와 나눈 별 의미 없는 농담도
사실은 내 마음을 살짝 살짝
기울이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 덕에
힘든 날에도 다시 일어섰고,
울고 난 밤에도 다음날이 시작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를
‘그저 그런 날’이라 칭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날이
아주 귀하고 아름다운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 일도 없어서
감사한 하루.
무탈함이라는 말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하루.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넜다.
제목:무탈함이란 기적
무탈함이라는 기적
별일 없이
하루가 저문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이 조용한 날을
나는 조심스럽게 접어
마음 깊은 서랍에 넣는다
출근길의 반복된 신호
카페 사장님의 익숙한 인사
점심 메뉴를 고를 때의 작은 망설임
문득 들려온 노래 가사 한 줄
그리고
집 앞 가로등 불빛 아래
천천히 걷는 발걸음까지
별 것 아닌 것들이
오늘의 전부였고,
그 전부가
나를 오늘까지 데려왔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그런 하루”였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그냥’이
얼마나 많은 우연과 고요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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