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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도 돼,

by SeeJoy 2025. 5. 29.

요즘 따라 조금 피곤하다. 몸보단 마음이. 분명 잘 자고 있고, 밥도 먹고, 해야 할 일도 꽤 잘해 나가고 있는데, 무언가 계속 허전하고 무거운 돌을 가슴으로 안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는 목소리가 말을 건다.
"요즘 잘 지내?"
"응, 잘 지내지." 
거짓은 아니다. 적어도 큰일 없이 잘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말 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냥 다 묻어버리게 되는 거다.
"그냥 좀 힘들어."
이 말 하나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가 그저 허전한 웃음으로 바뀐다.
"넌 잘 이겨낼 줄 알았어."
이 말 안에는 따뜻함이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이 되기 위해 시작했다.
난 강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울 곳이 없던 사람이었고, 이겨낸 것이 아니라 그냥 버틴 것일 뿐인데...
혼자서 꺼져가는 밤, 불빛 없는 어두운 공간에 앉아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괞않은 척, 열심히 살아보려는 척, 웃는 척, 다 괞찮은 줄 아는 척.
그 척들 앞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누가 나를 좀 안아줬으면 좋겠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포근하게.
그게 필요한 날들이 있다.

가끔은 어디가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 가고 싶은 날이 있듯, 삶이 멀쩡해 보여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순간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오늘은 괜찮은 척을 그만하고 싶다.
나에게 괜찮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밤이다.
제목:누워도 돼,

 

 

누워도 돼,

 

하루 종일
웃는 표정을 입에 걸었다

안 괜찮은 마음을
괜찮다고 싸매고
누구보다 멀쩡해 보이려
애를 썼다

누가 물어보면
"응, 잘 지내."
익숙한 말이
이젠 나도 나를 속인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가슴 속에 쌓여
무게를 만들고
그 무게는
어느새 나를 천천히 부순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울 곳이 없는 사람일 뿐

다정한 말보다
가만히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더 그리운 날

소란하지 않게
조용히 곁에 있어줄
그런 온기 하나만 있으면
오늘은 조금 덜 아플 텐데

지금 나는
괜찮지 않다
그래도 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이대로 두기로 했다

괜찮은 척 말고
그저 나답게 앉아 있는 연습

오늘만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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