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공리주의는 19세기 영국에서 벤담에 의해 탄생하였습니다. 벤담은 당시 영국의 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법과 일상 속 행동의 기준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공리주의를 제시하였습니다.
벤담(양적 공리주의)
공리주의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벤담, 밀, 스펜서가 있습니다. 먼저 벤담의 사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벤담의 기본 사상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곧 선이며 정의라는 것입니다. 즉, 과정이 어떠하든 간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옳은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이므로, 쾌락이 곧 행복이며 고통은 불행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벤담의 공리주의를 행위 공리주의라고 부릅니다.
벤담은 에피쿠로스학파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개인의 쾌락을 중시했지만, 벤담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쾌락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특정 행위가 초래하는 쾌락의 강도, 지속성, 신속성, 범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쾌락 계산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예제: 책 읽기 vs. 유튜브 보기
다음은 벤담의 계산법을 적용하여 책 읽기와 유튜브 보기에서 얻는 쾌락을 비교한 예시입니다.
책읽기 | 유튜브 보기 | |
강도 | 3 | 5 |
지속성 | 5 | 2 |
신속성 | 2 | 4 |
범위 | 3 | 1 |
총합 | 13 | 12 |
일단 강도 부분에선 유튜브가 책보다 강렬하기 때문에 5점을 주었습니다. 그에 반해 책 읽기는 쾌락의 강도가 크지 않아 3점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지속성 부분에서는 책을 읽은 쾌락은 오래가기 때문에 5점을 주었고, 유튜브를 보는 행위는 단기적인 쾌락만을 주기 때문에 2점을 주었습니다. 세 번째로 신속성은 유튜브를 보는 행위는 바로바로 쾌락이 오기 때문에 4점, 책을 읽는 행위는 쾌락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기 때문에 2점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위의 측면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는 여러분들을 아끼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행복감을 주기 때문에 3점, 반면에 유튜브는 자기 혼자 좋기 때문에 1점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벤담의 관점에서의 옳은 행위는 유튜브를 보는 것 보다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벤담의 철학이 왜 양적 공리주의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옵니다. 벤담은 모든 쾌락에는 우열이 없고 오직 양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만약 게임을 하는 것이 공부하는 것보다 많은 쾌락을 가져다준다면 공부 대신 게임을 하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뭔가 직관에 반대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실 겁니다. 이쯤에서 다음 사상가인 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질적 공리주의)
밀은 스승인 벤담과 달리 쾌락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단순한 양적인 비교만으로 모든 쾌락을 평가할 수 없으며, 어떤 쾌락은 다른 쾌락보다 질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것이 게임보다 쾌락의 양은 적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더 가치 있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밀은 이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편이 더 낫다."
즉, 단순한 육체적 쾌락보다 정신적 쾌락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밀의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라고 합니다.
또한, 밀은 공리주의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규칙 공리주의를 제안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바다에 빠졌을 때 우리가 매번 "옷이 젖는 것과 사람을 구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공리를 낳는가?"를 계산해야 한다면, 삶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될 것입니다. 따라서 밀은 사회적으로 더 큰 공리를 창출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스펜서
세 번째 공리주의자는 스펜서인데요. 스펜서는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도 생물계와 마찬가지로 생존 경쟁, 자연 도태, 적자생존에 의해 진화한다고 하는 사회진화론을 주장했죠. 사회가 진화하면 사회를 위한 행위가 곧 개인의 쾌락을 증진할 것이고, 따라서 사회를 위한 행위가 곧 선이라는 입장을 제시한 겁니다.
어찌 보면 벤담하고 밀하고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죠? 벤담이나 밀도 나만의 쾌락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쾌락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사회를 위한 쾌락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스펜서의 입장은 벤담이나 밀과는 다릅니다. 벤담과 밀에게 사회는 단지 개인들의 집합일 뿐이지만, 스펜서에게 사회는 개인들의 집합 그 이상인 하나의 유기체가 됩니다. 그래서 벤담과 밀은 개인의 쾌락을 증진하면 그 합만큼 사회의 쾌락이 증진된다고 보았지만, 스펜서는 사회를 선하게 만들면 그 낙수 효과로 개인의 쾌락이 증진된다고 본 겁니다. 방향이 반대죠. 그래서 스펜서는 사회 전체의 행복과 안녕을 우선시하는 공리주의를 제안했던 겁니다.
이제 공리주의의 4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봅시다.
문제점
공리주의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희생양의 문제입니다. 기차가 오고 있고 철도에는 다섯명의 인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뚱뚱한 사람이 있고 이 사람을 철도로 밀어버리면 기차가 멈춥니다. 공리주의자들은 한 명을 희생해서 다섯 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선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죄죠? 그 뚱뚱한 아저씨가 왜 희생양이 되어야 하죠? 극단적인 예를 들면, 내가 한 명의 건강한 사람을 납치해다가 심장, 신장, 허파, 간, 췌장을 빼서 각각 심장병 환자, 신부전증 환자, 폐암 환자, 간암 환자, 췌장암 환자에게 이식 수술을 해서 다섯 사람을 살려낸다면, 나는 옳은 일을 한 걸까요? 이런 희생양 문제가 공리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공리주의를 철저하게 받아들이면 그 누구도 도덕적일 수 없다는 겁니다. 요즘 스마트폰은 거의 100만 원이 넘죠. 그런데 한 달에 3만 원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29명의 아프리카 아이에게 영양분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거의 1,000명에게 영양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인가요?
셋째, 공리주의자들은 일종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겁니다. 자, 공리주의자들의 주장을 다시 보죠.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
따라서 인간은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것을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합니다. 어떤 사실에 관한 명제로부터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 관한 명제를 도출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모든 인간이 쾌락을 추구한다고 해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공리주의자들은 바로 이것을 헷갈리고 있다는 겁니다.
넷째, 관음증의 문제인데요. 어떤 남자가 여자 목욕탕을 훔쳐보면서 쾌락을 느꼈다고 합시다. 만약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불행한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리주의자들은 훔쳐보는 것도 옳은 행위라고 말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무리
오늘은 공리주의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많은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리주의가 아주 강력한 도덕 원리라는 데에는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이 바로 공리주의라고 볼 수도 있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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