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 어릴 적 골목길(시)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어릴 적 시절이 있을 거예요. 그 시절이 어떻든 시간이 흐르고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그때를 잊고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 길을 걷다가, 또는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혹은 잠이 들지 않는 밤 그 기억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우리를 덮쳐옵니다. 아니, 우리를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그 포근함에 우리는 잠시 잡고 있던 돛을 내려놓고 그곳으로, 그 품속으로 풍덩 몸을 맡깁니다. 어릴 적 자주 놀던 골목길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좁고 구불구불했던 그 길은, 세월 속에서 기억마저 흐릿해졌지만 그 공간에서의 감정은 여전히 또렷합니다. 벽돌 담벼락에 기대어 숨바꼭질하던 날들, 어디까지 가보자는 약속도 없이 친구들과 발길 닿는 대로 걷던 여름 오후, 그 골목은 작고 낡았지만, 그 안에 .. 2025. 5. 25. 바다 앞에서의 고백(시) 우리는 사면서 이성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때론 상처가 돼서 파도처럼 나에게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 상처는 상대방의 거절에서 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더 큰 상처로 남는 것은 다가갈 용기조차 없었던 나 자신이 만들어낸 후회라는 감정이 사무치게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저는 이 감정이 넓고 푸른 바다 앞에서 짠 내 나는 바닷바람에 흘러가며 소화되길 바랍니다. 바다를 보면 언제나 묵묵합니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앞에 서면 나는 나도 몰랐던 감정들을 들켜버린 듯 서성이게 됩니다. 푸른 물결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변화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반복적인 위로를 건네줍니다. 나는 종종 바다에 찾아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풍경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2025. 5. 25. 여름비의 추억(시) 요즘 여름이 다가오며 날씨가 따듯해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행복한 추억의 계절이고, 또 누구한테는 쓰라린 일들을 겪은 비운의 계절일 겁니다. 또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을 자르냐에 따라서 여름에 가지는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릴 적 순수하고 기운이 넘칠 때는 여름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계절이든지 뛰어놀았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친구들과 뛰어놀고 못 가본 곳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여행(그냥 돌아다녔지만 표현함)하며 이것저것 사 먹고, 그러다 너무 더워지면 관리사무소나, 피시방,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곳은 어디든 가서 한숨 돌리고 다시 놀러 다녔던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이 여름도 언젠간 좋든 싫든 추억이 되겠지만 솔직히 저는 가끔 아니 꽤 자.. 2025. 5. 24. 이전 1 2 다음